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이 아침에] 불면의 밤, 파면 그 후

지난 몇 달 동안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이젠 끝나나 보다 기대했는데 무산이 되어버렸다.   미국국적의 내가 한국정치에 무에 그리 관심이 있었으랴만, 조국의 일이며 형제 친지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아니던가. 성질은 급한데 헌재의 결정은 부지하세월이라 불안하여 한동안 일손을 놓았다. 글이 써지질 않아 잡지사 기고문도 신문 칼럼도 순서가 뒤처졌다.   독서도 멀리하고 드라마와 영화에도 눈이 안 갔다. 현실이 더 극적이고 피를 말리는데 이런 스토리를 어디에서 체험한 단말인가?     유튜브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서 열불 나는 시간을 보냈다. 오래된 선배님들과의 친목모임에 가서는 한국정치이야기를 하다 서로 얼굴을 붉혔다. 식당에서 나와 주차장에서 연장전을 하시는 선배님들을 뒤로하고 빠져나왔는데 집에 온 뒤로 카톡으로 서로 사과하느라 반나절이 갔다. 밥 먹고 토론하느라 반나절 집에 돌아와 반나절이니 하루 꼬박 머리가 아팠다.   그 일 이후론 친목 모임에 나가 시작 전에 미리 이야기했다. 제발 오늘 이 시간만큼은 정치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초조하게 디데이를 기다리고 내심 기대도 했건만 내 생각과는 먼 뜻밖의 결과에 가슴이 무너졌다. 분하고 속상한 건 어느 한쪽의 일이 아니니 온 나라의 절반은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한 가지 이번에 배웠다면 남에게 너무 상처받지도 말고, 남으로부터 너무 기대하지도 말 것.   파면이 되고 난 후의 시국이 걱정되어 또 한밤의 불면의 밤을 보냈다. 실향민 부모 슬하에서 자란 우리 형제들은, 공산당이니 빨갱이니, 좌파라는 단어에 우선 경기를 일으킨다. 이북출신으로 신원특이자였던 아버지가 받은 차별(연좌제)을 일찍이 경험한 터였다. 남동생 셋은 대학 때 ROTC를 가지 못했다.   아버지가 신문사에 재직 시 선배였던 선우 휘 선생의 추천서를 붙였어도 효과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 말을 하고 또 하시며 우리에게 미안해 하셨다. 아버지가 실향민인 것이 미안해 할 일은 아니건만 그땐 그랬다. 그 뒤론 더 공산당에 반감을 갖고 좌파의 모임이나 데모에는 참여 않고 몸조심을 하는 집안의 내력이 있다.   대한민국의 연좌제는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기본권과도 충돌을 빚게 되는 문제점이 인식되어 1980년 헌법은 제12조 3항에서 연좌제 폐지를 헌법적 요청으로 규정하였고, 1981년 3월 25일부터 폐지되었으나 동생들에겐 너무 늦은 일이었다.   대한민국이 ‘적화’되면 어쩔까 싶어서 탄핵 파면 후에는 더 불안했다. 이건 윤가인지 이가인지 인물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40년 전에 떠나온 내 나라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에서이다.   대한민국에 주님의 가호가 떠나지 말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요즈음이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불면 파면 동안 불면 연좌제 폐지 헌법적 요청

2025-04-07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